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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9

아침 일기 새벽이면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텃밭으로 향합니다.눈을 비비며 걷는 길은 참 좋습니다.도로엔 차량도 드물고, 이보다 더 고요할 수 없는 새벽—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,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낍니다.모래가 사각거리는 천변 둑을 따라 걷습니다.모래의 속삭임, 새들의 쫑알거림이 귀에 스며들고,물 위에 비친 세상은 꿈결처럼 잔잔합니다.천변에 펼쳐진 초록빛은 한 폭의 수채화 같고,그 위에 덧입혀진 회색빛마저 곱게만 느껴집니다.겨울을 나던 청둥오리 가족은 어디로 갔을까요?그들이 남긴 빈 자리 앞에서 괜스레 궁금해집니다.오고 간다는 말도 없이,슬며시 다가왔다가 조용히 떠나가는 바람 같은 시간들.각자 살아가는 그 시간 속에 감사한 날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.모래 위 달팽이가 그린 기다.. 2025. 5. 21.
흐린 기억의 아침 새벽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습니다. 천변에 작은 텃밭을 마련했습니다.억새풀, 칡 덩굴을 베어내고 호미로 다듬어서 밭 모양을 만들어서 고추를 심었습니다. 고추모종도 가지 자기 이름을 기억한다면, 일반고추, 청양고추, 작은 영양고추, 긴 영양고추, 이름도 이쁜 미인고추, 가지 두 포기, 오이 두 포기, 부추 한판 모종이 105개였어요.상추, 열무, 시금치씨 뿌리고, 깻잎 모종 얻어서 심어 두고 방화도 심어두고 참 가득합니다. 아침마다 안갯속에서 그들을 볼 때 행복이 가득합니다. 참 호박도 심었어요 작년에 늙은 호박씨 받아 심었는데 비둘기가 다 파먹어서 모종으로 심으려고 비닐봉지 씌워서 땅 속에 묻어 두고 왔습니다. 그렇게 터벅터벅 흐르는 물도 보고 긴 목의 황새인지 이름을 모르지만 하얀 털에 긴 목.. 2025. 5. 15.
고향의 밤/우듬지로 고향의 밤/우듬지로​푸른 연기 속의 뿌연어제의 발자국물먹은 눈동자가 춤춘다​언제였던가!피어오르는 물안개 따라세상길 나서는 수정바람이 살포시 손잡아 본다.​하늘에 펼쳐진 그리움 그림자 사이로 스며드는 세월오랜 시간 속에 남겨진 어머니의 향기 내 안에 살아 숨 쉰다. 2024.12.16 2025. 2. 19.
아침일기/우듬지로 아침일기  / 우듬지로      어머니의 서리는 잠을자고 꽁꽁 얼어 빛나는  촛대 세운 서릿발 냉이도 밤나무도 시퍼렇게 줄 선 이마 피하지 못한  하얀 얼음 모자  억겁의 시간을 기다림으로 섯다 사그락사그락 부서지는  얼음 왕국의 숲 기어이 올 것이 오고야 만 것을  아는지 소리 내어 흐느낀다. 사르르 녹아내릴 세상 숙명의 흐름에 익숙한 처사2024.12.19 2025. 2. 18.
세 할머니?/우듬지로 세 할머니 / 우듬지로 늘 그곳을, 지나치면 세 할머니 앉아 계신다.모시 바구니 가득한 분이 제일 연로해 보이는 첫 번째 할머니,산달이 가까운 듯 고운 자태를 지닌 두 번째 할머니,평범하면서도 따뜻함이 배어있는 세 번째 할머니.또 다른 분은 그냥 평범한 모습이다 저녁이면 늘 마주하던 그곳은 대구 칠성시장 도로변.힘센 장어집 할머니들이시다. 소주병만 덩그러니 놓고 그 속에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흥미로운지, 손뼉 치며 웃음꽃 피우며 무엇이 그리도 재미 나신 지 무릎 까지치신다.그건 그저께 일이고, 어젠 손님이 한 팀 있었는데가장 호리호리하신 분이 분주히 움직이고, 두 분 할머님은 무슨 말씀인지 연신 이야기를 나누며 연거푸 턱을 훔치신다. "잡아 땡 기라 케도 와 몬하노?봐라, 봐라, 그거 좀 몬 땡기나!"오.. 2025. 2. 12.
물에 밥 말아 / 우듬지로 물에 밥 말아 / 우듬지로 물에 젖은밥 숟가락에 서러워하실 세월,물 말아 드시던 어머니의 시간속절없이 긴 세월을 안고 살아오신 어머니자식들 안부가 궁금해도  말 꺼내지 못한 채간절한 기도 한편에 마음을 재겨 놓으시고 가슴에 둔 맑고  빛나던  그 시절을 한 장씩 꺼내어 넘어져 우는 놈 먼지 털어 주셨던 시절을 거닐며 그 세월을 환하게 웃는 어린 자식들을 안고 계시리라.잃어버린 시간도 모른 채푸른 시절로만 달려 가시는 어머니사랑합니다. 2025. 2. 12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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